피케이엠갤러리는 2005년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젊은 회화 작가 이누리의 개인전 《Shelter》를 개최한다.
이누리(1977년생)는 스위스 바젤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수학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이미 스위스의 바젤란트 미술관, 토니 뷔트리히 갤러리에서의 개인전과 다수의 영향력 있는 그룹 전시에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스위스의 켄트레이드 문화재단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한국의 젊은 작가로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이누리는 국내에서 열리는 자신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를 통해 총 20여 점의 페인팅과 드로잉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유럽 화단에서 기존의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사용하여 금속성의 매끄러움과 그 표면 위의 풍부한 색감 사이의 긴장을 추구하며 독창적인 화면을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회화의 신선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Shelter’는 사전적 의미로는 피난처, 은신처를 뜻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현대인의 다층적인 고립된 심리를 대변해 주는 하나의 코드로서의 공간을 의미한다.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는 동시에 자신의 정보 또한 의지와 상관없이 다수에게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피난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누리는 주목한다. 그 예로서, 그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주택들은 커다란 유리창과 문들을 통해 외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나 이렇게 안과 밖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외부의 침입을 전적으로 거부하는 현대인의 '방어적 개방성(defensive openness)'을 은유한다. 우리 모두가 남의 사생활을 은밀히 알게 됨으로써 관음증적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정작 그 내용에는 개입할 수 없는 리얼리티 쇼처럼 이누리의 작품 속에 채워진 현대적 디자인의 주택들은 내부는 훤히 들여다보여도 우리는 그 안으로 초대받을 수 없는 상황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갈수록 용이해지는 정보의 공유와 사회 각 분야 간의 공간적 경계가 사라져가는 환경 속에서도 더욱 심화되어가는 현대인의 고독, 공허함, 그리고 은닉된 공포 등을 풍부한 색감과 대담한 터치로 이루어진 화려한 화면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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