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파르도는 일상의 기능적 공간에 순수미술을 예민하게 침투시킴으로써 삶과 융합하는 예술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다양하고 자극적인 사회적 이슈가 작품 속에 넘쳐났던 20세기 말 포스트모던 미술 이후, 이제 서구 미술계는 다시금 아름다움과 기능성이라는 미술의 전통적이고 원초적인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각적인 색채와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기능적 사물들을 일상의 공간 속에 섬세하게 결합하여 미술에 있어서 순수한 실용의 상투적 경계를 허물어 가는 호르헤 파르도는 단연 그 선방에 위치한 작가라 하겠다.
파르도는 공간 속에 위치한 사물들이 갖는 고유한 시각적 힘과 그 사물들의 기능성 사이에 존재하는 경쾌하고도 아름다운 긴장을 추구하며 이를 작품화한다. 그는 뛰어난 감각으로 회화, 조각뿐만 아니라 가구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등 미술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전방위적 작업 스타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그는 1998년 미국 LA MoCA의 개인전 프로젝트로 LA 주택가 언덕 꼭대기에 삼나무, 콘크리트, 유리 등을 주재료로 한 주택을 직접 설계, 건축하였고, 그 내부에 자신이 제작한 램프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보여줌으로써 주택을 하나의 아름답고 거대한 조각 프로젝트로 관객에게 인식시켰다. 이 작업을 통해 주택이라는 기능적 공간과 조각작품이라는 예술품 사이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조명들도 가구 소품과 예술품 사이의 상투적 경계짓기를 넘어서 아름다운 '존재'자체로 승화되었다.
이후, 그는 시카고 현대 미술관, 필라델피아 패브릭 미술관, 스위스 바젤 쿤스트할레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진 것을 비롯하여, 국제적 조각 전시행사인 독일의 뮌스터 프로젝트에 출품하였으며, 최근 뉴욕의 저명 미술기관인 DIA 아트센터의 환상적인 “Book Store” 프로젝트를 통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뉴욕 DIA 아트센터의 Book Store는 파르도의 감성적인 색채 타일 설치작업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벽화 작업, 그리고 그가 직접 디자인한 라커, 의자, 소파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토털 디자인 콘셉트로 환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이번 피케이엠 갤러리 전시에서는 그의 신작 회화 7점과 드로잉 10점, 그리고 작가가 새로 디자인한 색채 타일 설치작업과 벽화 및 조명 램프 설치 작업등이 함께 총망라되어 소개된다. 관객은 호르헤 파르도의 감각적이고 경쾌한 작품 세계를 통하여 '기능과 디자인적 아름다움으로의 회귀'라고 하는 - 호르헤 파르도 자신이 선방에 서서 전개해 나가고 있는 21세기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즐겁게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