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나우만은 1941년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 출생으로 위스콘신대학에서 수학과 물리, 미술을 공부함과 동시에 음악과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나우만은 UC 데이비스의 윌리엄 T. 와일리, 로버트 아너슨 문하에서 석사를 마쳤는데, 원래 화가로서의 수련을 받은 그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을 탐독하고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 칼하인즈 스톡하우젠 등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전통적인 재료를 버리고 과정이 중시되는 조각 작업과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 영화 비디오를 포함한 퍼포먼스적인 작업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브루스 나우만은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서 눈에 익숙한 아름다움을 거부하며 예술작품의 결과물 뒤에 숨은 작가의 개념적 사고의 과정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상식적인 미술재료가 아닌 작가의 신체 자체를 표현의 도구로 삼고 의미가 담긴 신체의 움직임을 전통적 재료인 캔버스 대신 영상물로 기록한 나우만의 실험적 작업에서 드러나는 전통 파괴적이고 의미 확장적인 접근 방식은 특히 지난 40년간 'Body Art'와 'Video Art'라는 커다란 줄기로 발전하며 이제 현대 미술의 고전적 양식처럼 절대다수의 현대작가들에게 뿌리 깊은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비디오 작업뿐만 아니라 네온 조각, 전통적 캐스팅에 의한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소 난해한 철학적, 심리적 은유가 풍부한 언어적 작품을 시도해온 브루스 나우만의 작업은 미술의 의미와 미술가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부정하며 보이는 결과물의 '기대된' 아름다움의 형식에 대해 도전장을 던지는 작품들을 발표함으로써 동세대의 작가들에게 그 어떤 작가보다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와 콘라드 피셔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던 브루스 나우만은 1968년 카셀 도큐멘타 4에 출품한 이래, 도큐멘타 5, 6, 7, 9회에 연속 출품하였다. 또한 여러 번의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을 거쳐 1999년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사실은 현대 미술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를 잘 가늠하게 해준다. 데이비드 리마넬리에 의해 기획된 이번 PKM 갤러리의 브루스 나우만 전시는 60년대 초기부터 최근까지를 관통하는 작가의 핵심적인 작품세계를 일관성 있게 선별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로서, 현대 미술의 변화된 흐름에 누구보다도 깊고 폭넓은 영향을 끼친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